오늘, 4년간 정들었던 회사를 떠났다.
아침에 출근할 때부터 마음 한 켠에는 "드디어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하는 묘한 실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매일같이 지나던 길, 늘 같은 시간에 찍히던 출입증,
그리고 친숙했던 책상이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조용히 심호흡을 하게 되더라.
평소와 똑같은 출근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길 위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고,
출근 도중 만나는 익숙한 풍경도 오늘은 특별하게 보였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순간들에서는 다들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다음 회사 어디 가니?”, “휴식은 하니?”, “언제부터 출근해?”… 아마 관심과 아쉬움의 표현이었을 거다.
사실 몇 번씩 반복되는 질문들이 조금은 우스워서 속으론 웃었지만,
그 속에는 내가 이곳에서 쌓아온 시간과 관계가 진하게 녹아 있음을 느꼈다.
사람들은 내가 떠난 후의 내 빈자리를 궁금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만큼 나의 존재가 그들에게 익숙해졌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이 질문들 속에는 어쩌면 그들이 내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과 기대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인수인계는 말끔히 끝냈다.
지난 몇 주 간 차근차근 정리해온 자료와 업무 노트, 그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넘긴 일들. 한 항목 한 항목 정리하며 느꼈던 건,
내가 쌓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노트북을 초기화하고, 출입증과 법인카드를 반납하며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후련했고, 다른 한편으론 서운했다.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오며 아웅다웅하던 팀원들,
서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즐겁게 지낸 시간들이 이제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회의를 하며 의견 충돌로 뜨겁게 논쟁하던 순간도,
결과를 축하하며 서로 격려했던 순간도 이제는 한편의 다정한 이야기로 남았다.
마지막 날임에도 대표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퇴근시간까지 근무하라”며 아쉬움을 드러내셨고,
상사는 맛있는 밥과 가벼운 차 한 잔으로 나를 보내주었다.
작은 환대 속에서 내가 이 회사에 남긴 흔적들을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상사와의 마지막 대화는 특별했다.
회사의 미래와 나의 앞날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의 아쉬움과 호기심, 그리고 나의 담담함이 섞여 이뤄낸 마지막 하루는 평범하듯 특별했고, 특별하듯 평범했다.
정들었던 책상을 비우고 사무실 문턱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올 때 문득 밀려드는 감정들이 복잡했다.
"이 공간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 그리고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켰다."라는 생각이 이어졌다.
그런 생각들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걸어가는 길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니 대낮이었다. 보통은 해가 저문 뒤에나 들어서던 공간에 낮 시간에 서 있는 내가 좀 어색했다.
“지금부터 뭐하지?”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작은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 이상한 기분 속에서도 잠시 방 안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쉬어볼까 생각했다.
길게 쉬는 것도 아니고 바로 다음 주부터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해야 하지만,
잠시나마 달라진 일상의 템포가 묘하게 낯설고, 그 낯섦이 오히려 새 출발에 대한 미묘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오랜만에 낮의 집안 풍경을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도 느껴졌다.
4년간의 일상이 흘러간 자리에 남은 건, 아쉬움과 후련함이 섞인 묘한 감정들이다.
이곳에서 쌓은 경험과 사람들과 나눈 시간은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어쩌면 오늘의 문닫힘이 또 다른 문을 열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간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앞으로도 이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올 월요일, 새로운 책상에 앉아 또 다른 일상을 시작할 나를 생각하며,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
앞으로 어떤 풍경과 인연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본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나의 흔적을 만들어가리라 다짐하며,
이렇게 퇴사일기의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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